
국가무형유산 궁시장 보유자 유세현 씨는 우리나라 전통 화살 제작 기술인 ‘장단 화살’의 맥을 잇고 있는 대표적인 장인이다. 그는 국가무형유산 궁시장 보유자였던 고(故) 유영기 선생의 아들로, 증조부와 조부 때부터 이어져 온 가업을 계승하며 4대째 전통 화살 제작 기술을 전승하고 있다.
파주에서 태어난 유세현 보유자는 어린 시절부터 활과 화살 제작 현장을 자연스럽게 접하며 성장했다.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화살 제작 기술을 익히기 시작한 그는 전통 궁시 제작에 대한 깊은 연구와 실기 능력을 인정받아 2004년 전수교육조교(현 전승교육사)가 되었으며, 2022년에는 국가무형유산 궁시장 보유자로 지정됐다.

유 보유자는 단순히 전통 기술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궁시장의 지식과 제작 체계를 정리하고 기록하는 데에도 힘써 왔다. 특히 신호용 화살인 ‘효시’를 비롯해 역사 속에 기록으로만 남아 있던 다양한 전통 화살을 복원하고 재현하는 작업에 몰두하며 한국 전통 궁술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그가 계승하는 장단 화살은 조선시대 이후 경기도 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제작된 전통 화살로 평가받는다. 장단은 예로부터 뛰어난 화살 제작 기술로 이름이 높았으며, 유세현 보유자의 조부인 유복삼 선생은 1923년 장단 발이골에서 운영되던 전방(箭房·화살 제작 공방)을 서장리로 옮기며 본격적인 화살 제작에 나섰다.
이후 도라산리 장단역 앞에서 전방을 운영하면서 ‘장단역전 유복삼’이라는 이름이 전국 활량들 사이에 널리 알려질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당시 주문은 북으로는 함경북도 청진에서, 남으로는 경상남도 남해에 이르기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어졌다고 전해진다.

유세현 보유자는 이러한 가문의 전통을 이어받아 화살 제작 기술의 보존과 전승에 평생을 바쳐왔다. 또한 전통 궁시 문화를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해 2001년 부친 유영기 선생과 함께 국내 최초의 활·화살 전문 박물관인 영집궁시박물관을 개관했다.
영집궁시박물관은 한국 활과 화살의 역사와 문화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으로, 매년 특별전과 기획전을 개최하며 전통 궁술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다.
박물관에는 우리나라의 전통 활과 화살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활과 화살, 활쏘기에 사용되는 다양한 도구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쇠뇌와 화차 등 전통 무기와 관련 유물도 함께 소개해 관람객들이 한국 궁술 문화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외 전시장에는 쇠뇌와 화차 모형이 설치돼 있으며, 방문객들이 직접 활쏘기와 쇠뇌쏘기를 체험할 수 있는 체험장도 운영되고 있어 전통문화를 보다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다.
유 보유자는 전시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물관 특별전과 개인전인 ‘살장이전’, ‘지홍전’을 비롯해 한국문화재재단의 ‘궁·시·통’, 공예트렌드페어 주제관, ‘설화문화전: 활력, 시대를 관통하다’, ‘해가 서쪽으로 진 뒤에’, 홍콩문화원 특별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통해 전통 화살의 예술성과 역사성을 국내외에 소개해 왔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 전승공예대전과 전통공예명품전 등 각종 공예 분야 행사에 꾸준히 참가해 뛰어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며, 2020년에는 문화재청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유세현 보유자는 “활과 화살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정신, 생활문화가 담긴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며 “선조들이 남긴 궁시 제작 기술과 전통 활쏘기 문화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전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100년이 넘는 가업의 전통을 이어가며 전통 화살 제작 기술의 보존과 계승에 헌신하고 있는 그의 노력은 한국 무형유산의 가치를 미래로 이어가는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사진 파주시 제공]